카와타레도키(かはたれ時)와 타소가레도키(たそがれ時).

듣거나 혹은 죽거나 | 2012/03/31 07:31

그놈의 게으름이 발목을 잡아 차일피일 미루기를 꼬박 2년인가 3년(.....), 바로 어제 어디에 처박아뒀는지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던 소논문을 재발견한 참에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퀄리티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미친듯이 휘갈겨내려갔다. 좀 한가하냐 묻는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건 뭐 블랙 유머죠.
다음은 flying 이후 내가 10년 가까이 열렬히 충성을 바치고 있는 GARNET CROW의 5번째 앨범 THE TWILIGHT VALLEY의 7번 트랙 술래잡기(かくれんぼ)다. 도에스의 노래(ドSソング)라는 둥 나나 님 미쳤다(七様ご乱心)(나나 님=작사가 아즈키 나나)는 둥 팬들의 아우성이 유독 심한 곡인데, 왜 그런지는 가사를 보시면 압니다.



いち、に、さん 目を閉じて数えていた気配が消えるまで
하나, 둘, 셋, 눈을 감고 숫자를 셌죠, 기척이 사라질 때까지
「もういいよ」って声で振り返れば誰もいなくて
「다 됐어」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군요

あぁ さがす振りをして
아아, 찾는 시늉을 하면서
このまま一人で ぶらり歩くのがいい
이대로 혼자서 느긋하게 걸어볼까요
出るに出られない事情は約束のせいでしょう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겠죠, 규칙이 있으니
祈りささげてる
기도하고 있나요?

最後まで見つからずにいれば
마지막까지 들키지 않으면
願い事はきっと叶うはずと
소원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ふざけただけなのに信じている
농담했을 뿐인데 그걸 믿었나요?
日が暮れるまで誰もいなくなればいい
날이 저물 때까지 다들 없어져버리면 좋겠어요
消えてしまえ
사라져 버리라죠

ひとりふたり……不安げな動きがしても知らぬふりをして
하나, 둘……불안한 낌새가 느껴져도 모른 척 무시하고
境内の鍵など閉じてみたりして帰ろう
경내의 문을 잠그고 돌아가 볼까요

あぁ 真夜中近くに鳴いたフクロウの声に怯えるがいい
아아, 한밤중에 우짖는 올빼미 소리에 겁먹으라죠
そして一晩中 眠れずにいれば夜明けの頃カラスもなくでしょう
하룻밤 뜬눈으로 지새면 새벽녘에는 까마귀도 울 거예요

最後まで見つからずにいれば
마지막까지 들키지 않으면
願い事はきっと叶うはずと
소원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ふざけただけなのに 息をころし
농담했을 뿐인데 숨을 죽이고
まだ祈るつもりですか? 私は帰るよ
아직도 기도하고 있나요? 난 돌아갑니다
鬼ですから
술래니까요

鳥居くぐる夕暮れ時は 爽快な気分で
땅거미 깔린 토리이를 지나오며 상쾌한 기분에
微笑みもこぼれてしまう
웃음마저 비어져나와요

最後まで見つからずにいれば
마지막까지 들키지 않으면
願い事はきっと叶うはずと
소원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ふざけただけなのに信じている
농담했을 뿐인데 그걸 믿었나요?
そのまま祈るがいい
그대로 기도나 하시던가요
私は鬼です
나는 술래예요
鬼ですから
술래랍니다

대체 뭘까요 이 원인도 없고 이유도 없이 풀풀 넘쳐흐르는 냉혹한 악의는.
원문의 오싹한 느낌을 하나도 못 살린 감이 척추를 쿡쿡 찔러오지만 단연코 무시합니다. 내가 능력이 모자란 탓이 아니야! 번역은 어려운 거라고! (우겨댄다)

일본의 술래잡기는 따지고 보면 굉장히 으스스한 놀이다. 편의상 '술래'라고 옮기기는 했지만 보시다시피 원래는 오니(鬼)라고요. 오니. 요괴. 어둠 속에 녹아들어 인간을 해치는 자. 살갗에 달라붙는 섬뜩한 공포를 주는 존재. 결코 가까이 해서는 안되는 그 무엇. 원한이 있건 없건 무차별적인 악의를 흩뿌리며 걸리는 대로 보이는 대로 불행을 주는 두려움의 대상.

얘기가 잠시 빗나가는데 보통 오니를 귀신으로 번역하고 까놓고 말해 그거 아니면 뭘로 번역할래 싶긴 하지만 실상 어폐가 심각한 게, 한국의 귀신은 사람이 호통치면 겁도 먹고 비명도 지르고 속아서 달아나기도 하는 허술하고 친근하고 심지어 귀엽기까지 한 존재잖은가. 대부분은 해할 의도 없이 단지 산 자에게 간절한 부탁이 있어서 나타난 걸 제풀에 놀라서 꼴깍 죽은 놈이 병딱일 뿐이다(...). 끈적끈적함과 으시시함을 디폴트로 매단 일본의 오니와는 애초에 급수가 달라요. 마찬가지 이유로 오니를 도깨비로 번역해서도 매우 곤란하지 말입니다. 우리나라 도깨비는 그냥 뚝 떼어가도 될 일을 혹을 받고 성실하게스리 대가로 도깨비방망이를 주는 신사라고요.

하여간 이런 무시무시한 놈에게서 '달아나' 발견하지 못할 곳에 '숨고' 오니는 숨은 인간을 찾아 돌아다니는 놀이가 가쿠렌보(隠れん坊)인 것이다. 아무리 대체적인 룰이 같아봤자 결국 평화롭기 짝이 없는 술래잡기니 Hide-and-Seek하고는 기본적인 뽀오쓰가 비교도 안된다. 도대체 애 하나 가운데다 쑤셔박아놓고 주위에서 이지메처럼 빙빙 도는 카고메 카고메도 그렇고 일본 놀이는 왜 이리 섬찟한지 파고들면 한도 끝도 없겠고 내가 민속학자도 아니니 일단은 넘어간다. 하여간 일본 괴담집을 아무거나 집어들어 펴보면 술래잡기 중에 지나치게 잘 숨어 있다가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통에 그대로 카미카쿠시(神隠し=마치 귀신이 숨긴 양 사람이 흔적도 없이 실종되는 것)를 당해 영영 사라지거나 술래가 문자 그대로 오니가 되어 머리부터 씹으려 달려드는 얘기가 살짝 과장을 보태 세 개 걸러 하나씩 튀어나오는 판이다.
아울러 안 그래도 뭔가 무서운 놀이이거늘 해질녘에 술래잡기를 해서는 결코 안된다는 암묵의 터부가 분명히 존재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내 불분명한 지식을 뒷받침해줄 근거를 찾아 광대한 네트워크를 늘 그렇듯이 정처없이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다가 꽤나 흥미로운 글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빠질에 관한 한 나의 검색 기능은 세계 제이이이이이일(퍽)
다음은 건축잡지(建築雑誌) 1991년 4월호에 게재된 오사카대학 문학부 조교수 코마츠 카즈히코(小松和彦)의 사설 <카와타레도키, 타소가레도키~카미카쿠시와 술래잡기의 터부(かはたれ時、たそがれ時~神隠しと隠れんぼのタブー)>다. 즐감들 하시길.

일본어는 저물녘을 <타소가레도키(たそがれ時)>라 하고, 한자로는 황혼(黃昏)이라 쓴다. 이는 저물녘의 색채에서 따온 것으로 여겨지는데, 어원적으로는 어둠침침해져 사람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무렵, 즉 <누구지 저건(誰そ、彼)>하며 의심스레 여길 무렵이라는 의미에서 온 말이다. <타소가레도키>는 <카와타레도키(かはたれ時)>라고도 한다. 마찬가지로 <저 자는 누구인가(彼は、誰)>에서 유래하였다.
저물녘은 낮에서 밤으로 바뀌는 시간이며, 바깥에 나와 있던 사람들이 완전히 날이 저물어 암흑이 내려앉기 전에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시간이고, 아울러 사람과 교대하듯 낮에는 숨을 죽이고 이계에 머무르던 요괴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간이었다. 다시 말해 저물녘은 인간과 요괴가 교차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땅거미가 깔리는 무렵 집 앞에 서 있으면, 어스름 속에서 누군가가 가까이 다가온다. <저건 누구인가> 의심스레 바라보는 사이, 점점 거리를 좁혀온다. 불안해진 나머지 누구냐고 물어도 대답하지 않는다. 마침내는 코앞까지 성큼 다가왔다. 가까이서 보니 아는 이라면 안심할 수 있다. 그러나 면식이 없는 자라면 불안감은 점점 커져만 간다. 그럴 때, 사람은 누구나가 저물녘의 짙어지는 어둠 속으로 끌려들어가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을까.
저물녘이란, 과거의 일본에서는 불안감을 안겨주는 위험한 시간대였다. 그 시절의 잔재가 <타소가레도키>와 <카와타레도키>라는 언어로 남아 있는 것이다.

해질녘은 카미카쿠시(神隠し)나 유괴를 당하기 쉬운 시각으로 여겨져왔다. 이 전통은 상당히 오래 묵은 것으로, 13세기 중반에 간행된 설화집인 <고금저문집(古今著聞集)>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켄포(建保, 1213~1219) 무렵, 다카쿠라(高倉)라는 여관(女官)이 있어, 7살 먹은 아들 아코호시(あこ法師)를 두었다. 아코호시는 이웃집 아이들과 어울려 코로쿠죠(小六條)까지 나들이를 나갔다. 해가 저물 무렵이 되었다. 아이들이 스모를 즐기고 있을 때, 뒤쪽에 선 토담 위에서 천과 흡사한 것이 내려와, 아코호시를 휘감았다. 그것도 잠시뿐, 아코호시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아이들은 앞다투어 그 자리에서 달아났고, 공포에 질려 말 한 마디 제대로 하지 못했다. 비탄에 잠긴 모친은 사방을 헤매며 아들을 찾았으나 헛수고로 돌아갔다. 사흘째 되는 날, 한밤중에 여관의 집문을 누군가가 두드렸다. 겁먹은 여관이 문을 닫아 잠근 채 누구냐 묻자, <행방불명된 너의 아이를 돌려주마. 문을 열어라>고 대답하였다. 차마 열지 못하고 있노라니, 처마 즈음에서 여럿의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무언가를 낭하에 집어던졌다. 쭈뼛거리며 불을 당겨보자, 틀림없는 여관의 아들이 그곳에 있었다. 아이는 마치 죽은 자와도 같이, 소리 하나 내지 못하고, 그저 눈만을 끔벅일 따름이었다.

아코호시를 데려간 것이 정말로 덴구(天狗) 혹은 귀신과 같은 카쿠시가미(隠し神)였는지, 아니면 인간(인신매매)였는지는 알 수 없다. 사라진 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당사자가 이야기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건, 해질녘은 이러한 사고가 일어나기 쉬운 시각이었다.
땅거미가 깔리면 카미카쿠시를 당하기 전에 얼른 집에 돌아가도록 아이들을 재촉하는 풍습은 극히 최근까지 다수 남아 있었다. 특히, 해질녘의 술래잡기는 엄격히 금지되었다. 예를 들어, 마츠야마 요시오(松山義男)가 저술한 <산국의 신과 사람(山国の神と人)>에 따르면, 나가노현(長野県) 시모이나군(下伊那郡)의 토오야마 계곡(遠山谷)이 그러하였다.

어린아이가 유괴당하는 것은 주로 저물녘이었습니다. 우에무라(上村) 나카네(中根)에 사는 마흔 다섯(쇼와 33년[1958년] 당시) 먹은 사내는, 어린 시절 이웃집 아이를 돌보는 일을 했습니다. 저녁이 되어 아기를 데려다주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어요. 구링 님(グリン様=덴구)께서 데려가셨다고 모두가 입을 모았죠. 온 마을사람들이 찾아 나섰더니, 사흘 후에 자기 집에서 자고 있더랍니다. 사흘 동안 산 속을 정처없이 헤맸다고 했어요. 나카네와 우에무라의 시모구리(下栗) 근방에서 저녁에 술래잡기를 엄격히 금한 건, 이러한 재난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13세기 초엽에 교토의 거리에서 일어난 아코호시 실종사건과, 상술한 다이쇼(大正) 무렵 나가노의 산골짝에서 벌어진 소년의 실종사건을 비교해 보면, 대체적인 흐름은 같음을 알 수 있다. 저물녘은 특히 아이들에게 위험한 시간이자 터부로 점철된 순간이었다.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연연히 이어져내려온 전통이라 해도 좋으리라.
야나기다 쿠니오(柳田国男) 또한, <산의 인생(山の人生)>에서 다음과 같이 저술하고 있다.

도쿄와 같은 번화가에서조차 한밤중의 술래잡기는 터부시되어 있다. 밤에 술래잡기를 하면 귀신에게 끌려가던가 카쿠시바바(隠し婆)가 잡아간다고 아이에게 주의를 주는 부모가 아직도 많다. 시골마을을 걷고 있노라면 여름 나절의 해질녘에 아이를 찾는 어머니의 날카로운 외침을 종종 듣게 되는데, 저녁을 먹도록 독촉하는 한편으로 이러한 두려움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시범삼아 초등학교를 찾아 물어보아도 알 수 있듯이, 땅거미가 깔렸을 때 바깥에 있거나 하물며 술래잡기를 해서는 안되는 이유를 아이들은 숙지하고 있다. 후쿠치야마(福知山) 부근에서는 어두워진 후에 술래잡기를 하면 카쿠시바바에게 잡혀간다고 하며, 여타 지방에서는 호리(狐狸)니 카쿠시가미라고도 한다.

사실, 저물녘에 어린아이의 실종사건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저물녘에는 주변경치의 윤곽이 불분명해지므로, 길을 잃고 헤매기 쉽다. 나아가, 설령 실제로 유괴된 시각은 한낮이라 해도, 아이가 평소 집에 돌아오는 것은 저물녘이므로, 그때가 되어서야 아이가 돌아오지 않는 데 가족들이 의심을 품고 소동을 일으키게 마련이다. 다시 말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해질녘이야말로 어둠을 틈타 나타난 <카쿠시가미>니 <유괴범>이 귀가를 서두르는 아이를 잡아가기에 가장 좋은 시각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면, 어째서 해질녘에 술래잡기를 해서는 안되었던 것일까.
술래잡기란, 모여든 아이들이 가위바위보로 술래(鬼=귀신)을 정한 후, 술래가 눈을 감고 <다 됐어?>하고 물으면 나머지 아이들이 <아직이야>라 대답하면서 술래가 찾아다녀도 바로 발견하지 못할 장소를 찾아 숨는 놀이이다. <다 됐어?>라고 묻는 술래에게 <다 됐어>라고 대답하면, 술래는 눈을 뜨고 숨은 아이들을 하나하나씩 찾아낸다.
시간이 아직 많이 남은 한낮에 술래잡기를 하노라면, 다소 먼 곳에 숨어 있어도 술래가 느긋하게 찾아다녀줄 것이다. 때문에, 좀처럼 발견해주지 않는다 해도 불안한 마음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해질녘에는 사정이 다르다. 아직 날이 밝으니 괜찮으리라 믿고 찾기 힘든 곳에 숨어 있자니,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는데 술래가 찾으러 와주지 않는다. 으슥한 자리에 숨은 아이는 점점 불안해진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술래잡기가 끝나 모두 집에 가 버린 게 아닐까. 어쩌면 놀이가 아직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니 여기에 계속 있어야 할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하는 사이 날은 완전히 저물고, 아이는 밤의 어둠 속에 덩그러니 남겨진다. 아이를 발견한 <카쿠시가미>니 <유괴범>이 다가와 눈 깜짝할 사이에 아이를 어딘가로 채갈지도 모른다.
이와 같이 저물녘의 술래잡기는, 교묘하게 숨은 아이를 어둠 속에 남겨두어 누군가가 잡아갈 기회를 주고야 마는 위험성을 내포한 놀이인 까닭에, 터부시되었던 것이다.

<카와타레도키>와 <타소가레도키>. 낮과 밤의 경계선이 찾아들었을 때, 그 경계에서 길을 잃고 만 자들, 특히 아이들은, 밤의 세계, 요괴의 세계, 이계로 사라졌다.
누군가는 귀신에게 먹히고, 누군가는 덴구에게 거머잡혀 밤하늘을 날며, 누군가는 호리에게 속아 말똥을 삼키거나 거름으로 목욕한다. 누군가는 인신매매범에게 머나먼 고장으로 팔려가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상, 실종자가 돌아와 체험담을 들려주는 경우를 제외하면, 땅거미의 저편으로 사라져간 사람들의 운명에 대해서는, 남겨진 사람들이 가진 지식을 긁어모아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밖에 없었으리라.

현대에 들어서도 저물녘은 위험한 시간대이다.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터부시되는 시간이라 해도 좋다. 그러나 <카쿠시가미>의 모습은 거기서 찾아볼 수 없다. 현대의 저물녘은, 사람과 사물을 구분하기 힘들어 교통사고를 당하기 쉽고, 몸값을 요구하는 유괴가 수이 발생하는 시간대로 변질되었다.
그뿐인가, 밤의 어둠은 전등의 발달로 상당 부분 힘을 잃었다. 밤늦게까지 학원에서 공부한 아이들이 태연히 길거리를 활보하는 광경도 종종 볼 수 있다.
땅거미 저편에서 신비로운 세계를 보는 시대는 이미 과거의 유물이 되었다. <카와타레도키>와 <타소가레도키> 또한, 예전의 의미를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다.

(註 1) 카쿠시가미(隠し神) : 저녁 무렵에 나타나 늦게까지 놀고 있거나 술래잡기를 하는 아이를 잡아간다고 전해지는 요괴. 카쿠시바바(隠し婆さん)도 카쿠시가미의 일종이다. 이런 전승은 일본 전역에서 발견되며, 대체적으로 아이를 유괴해 몸에서 기름을 짜낸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이놈의 섬나라는 뭔놈의 요괴가 이리 많고 구체적이고 기분 나쁜지 착한 어린이 여러분은 부모님께 물어봐서는 안됩니다.
(註 2) 카와타레도키는 본래 어스름이 깔린 시각, 즉 해질녘과 새벽녘을 모두 의미했지만 현재는 카와타레도키는 여명, 타소가레도키는 황혼으로 구별해서 쓰고 있다.


맺음말이 좀 심각하게 로망(....)이 없긴 한데 학술문서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하면 못 쓰고, 길지도 않은 글에 필요한 내용이 쏙쏙 다 들어가 있는 점에서 그저 닥치고 경배나 올려야지요.

그렇기 때문에 노래 '술래잡기(かくれんぼ)'는 소름끼친다.
누구도 찾아주지 않은 아이들은 과연 다음날 아침 까마귀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까요. 시간은 해질녘. 더구나 장소는 토리이(鳥居)와 경내(境内)를 볼 때 뭐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신사(神社). 교활하게도 '마지막까지 들키지 않은' 아이의 소원은 이루어진다는 조건을 내걸은 만큼 툭툭 털고 나올 수도 없다. 나오려고 해도 술래가 경내에 걸쇠를 걸어버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망설이는 사이 땅거미가 짙게 깔리는 어스름 속으로 소리도 기척도 없이 녹아들듯이 사라져버리지는 않았을까. 鬼ですから는 말 그대로의 의미는 아닐까. 나는 오니랍니다. 달콤한 함정에 걸려든 부주의한 아이들을 파멸로 이끄는 악의에 가득한 존재.

그래서 마지막으로 결론 : 나나 님 더해라(........)
이 노래를 처음 알았을 때 취향 고약한 내가 얼마나 정줄놓고 열광했는지의 설명은 생략하겠다. 구제불능한 막귀를 자랑하는 자에게 노래는 가사가 생명이고 전부죠 암은요.


덤. 어원의 기묘한 섬뜩함과는 별개로 카와타레도키와 타소가레도키라는 말의 울림 자체는 고울 뿐더러 어쩐지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유래를 생각하면 블랙한 개그지만;
실상 영어의 Twilight도 엄청 좋아하는 단어인데 요즘은 때가 때라서 트와일라잇이라는 말은 이제 세상의 공공연한 공적이 되어버렸죠(.....) 시발 이게 다 그놈의 뱀파이어물을 빙자한 뽕빨한 10대 연애물 때문이다 내 트와일라잇 물어내......!! (쳐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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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 & Nerdy.

듣거나 혹은 죽거나/Weird, Weirder, Weirdest | 2011/04/23 11:57

호무라 공순이 인증 축하 & 공돌이 너드 즈라에 열광하는 마음 & 비아이 님께 바치는 찬사 & 3Z 신짱의 파상공세에서 나도 좀 쉬어가자(...) 겸사겸사 그간 언젠가 포스팅하려고 벼르고만 있었던 위어드 알 얀코빅이 2006년에 발표한 명곡이자 최초의 빌보드 TOP 10 입성곡(무려 9위)인 White & Nerdy를 떠받들어 고이고이 뫼셔왔다. 굳이 번역하자면 '백인오덕의 노래'(.......). 절대로 온갖 주접은 다 떨며 춤추는 도니 오스몬드가 순간적으로 아이팟 지고 건들거리는 래퍼 즈라로 보였기 때문은 아닙니다. 아니라니까!
언제나 그렇지만 번역 질을 따지시면 울 겁니다.



앞마당 잔디를 깎는 꼴을 모두에게 들켜버렸어
알아, 안다고 다들 내가 백인덕후놈이라 생각하지
백인덕후놈이라 생각하잖아
백인덕후놈이라 생각하잖아
그래 나 백인덕후다 뭐 보태줬냐
눈 똑바로 뜨고 잘 봐, 난 백인덕후야

나도 불량들이랑 걸지게 놀아보고 싶은걸
그치만 다들 내가 백인덕후라며 질색하지
백인덕후라며 질색을 하지
백인덕후라며 기겁을 하지
난 뼛속까지 쩔은 백인덕후야
돌이킬 수 없이 백인덕후지

MIT에선 항상 1등이었어
실력 좀 쌓아라, D&D 챔피언이 바로 여기 계신다
제일 좋아하는 MC는 M.C. 에셔
40은 됐어, 난 얼 그레이로 할래
내 차 바퀴는 절대 거꾸로 돌지 않아
봐, 아예 꼼짝도 안 하지
피규어는 전부 반짝반짝한 신품이고
서재에는 스티븐 호킹이 있어
내 마이스페이스가 촘 멋지지
TOP 8에 넣어달라 애걸하는 친구들이 바글거려
원주율은 천 자리가 기본이고
그릴은 없어도 치열교정기는 꼈어
마요네즈 없는 샌드위치는 팥 없는 찐빵이야
지뢰찾기의 마술사라 불러줘, 종일 해도 안 질려
나의 쩔어주는 신컨을 봐, 눈을 떼지 못할걸
내 손가락은 너무 빨라서 지나간 자린 다 불타버린다구
세상 모든 킬러 앱을 써봤고
파스칼의 1인자 그게 나야
벡터 미적분학은 그냥 취미로 해
총은 없지만 납땜인두는 있지
내 테마송 하면 해피데이즈 아니겠어
나한테 핑퐁으로 도전할 생각일랑 마셔
퀴즈? 뭐든지 내봐 나한텐 껌이야
자바스크립트는 물론 클링온어도 유창하지

세그웨이 타고 가는 걸 다들 봤어
아 글쎄 안다고, 다들 날 백인덕후놈이라 손가락질하는 줄
백인덕후라며 손가락질하지
백인덕후라며 손가락질해
그래 나 백인덕훈데 뭐 유감 있냐
눈 박혔으면 똑바로 보라구, 난 백인덕후야

나도 갱단 애들이랑 놀아봤음 좋겠다
근데 어쩌겠어 난 골수까지 백인덕훈데
날 때부터 백인덕후야
요람에서 무덤까지 백인덕후야
아니 뭘 어쩌다 백인덕후의 귀감이 됐지?

웹서핑은 이미 일상이지
엑스멘 코믹스는 전부 모았어
주머니에 꽂은 펜이 보여?
목숨 걸고 지켜야겠지
인체공학적 키보드를 썼더니 질릴 날이 없어
인터넷 쇼핑으로 외장하드를 샀거든
난 위키페디아를 수정하고
몬티 파이슨과 성배는 눈 감고도 외울 수 있어
당장 읊어줄까? 폭소발사 예약이야
웹사이트도 좀 굴리고 있지
코드 짜다 안 되면 부르는 구세주가 누구겠어?
HTML 작업은 전부 나한테 맡기라고
내 개도 홈페이지 하나쯤 갖고 있는걸
GAP에서 세일하길래 웨이스트 백을 질렀어
뽁뽁이를 감고 날밤을 까며 황홀함을 만끽하지
뽁뽁뽁! 오 제발 이 꼴을 아무도 못 봐야 하는데

나는 씹덕의 경지에 올랐고 사워 크림보다 허여멀건해
영상연구회, 남성합창단에 들었고,
맞다, 체스동아리에도 들었었지
평생을 통틀어 나를 진정으로 괴롭힌 질문은 오로지 하나
난 커크파일까 피카드파일까?
난 주말마다 르네상스 페어에서 노닥거리고
팬티에 이름도 똑똑히 써놨어

어슬렁어슬렁 걷자면
다들 박장대소하고 흘금흘금 쳐다보지
그야 내가 백인덕후거든
다 백인덕후라서지
백인덕후 말고 뭔 이유가 있겠어
그저 다 백인덕후라서야
오 빌어먹을, 난 백인덕후야

나도 껌 좀 씹는 애들하고 볼링 치고 싶었어
하지만 제길, 누가 봐도 난 백인덕후지
어떻게 놀아도 백인덕후야
뭔 짓을 하건 백인덕후야
그래 나 영혼까지 찌든 백인덕후다
유감 있냐 난 백인덕후다!


늘 그렇듯이 손톱만큼도 도움이 되지 않는 주석s(.....).

(註 1) 너드Nerd : 일단 오덕/덕후라 옮겼지만 약간 어폐가 있긴 하다. 덕후 뉘앙스엔 Geek가 더욱 가깝긴 한데 뭐 어차피 겹치니까 상관없겠지. 일반적으로 머리는 좋고 성적도 우수한 축이지만 왠지 찐따스러운 애들, 사교성은 국 끓여먹고 자기 말만 하고 스포츠와는 담 쌓았고 아는 건 몽땅 설명하고 싶어하며 패션 따위와는 애저녁에 인연이 없고 높은 확률로 두꺼운 안경을 쓴 촌티나는 애들을 가리킨다. 미국 고등학교 카스트의 최하위. 그래도 불가촉천민인 Geek보다는 나은.....가? 일단 쉽게 떠올릴 수 있는 Nerd로는 프렌즈의 로스 겔러가 있다(...). 아울러 Nerd에 의한 Nerd를 위한 Nerd의 미드 빅뱅이론을 생각하면 빙고! 바로 그겁니다.
(註 2) 앞마당을 직접 깎는다던가 세그웨이(서서 타는 이륜차)를 몰고 다닌다던가 치열교정기를 꼈다던가 샌드위치에 마요네즈를 처바르는 건 어째선지 미국에서 너드의 산 증거로 취급당한다. ..........어? 부장? ;;;
(註 3) 얀코빅이 악수를 청하니 혼비백산해서 달아나는 흑인 친구들의 자동차 번호판은 OG4LIFE다. Original Ganster for Life. 아이스-T(Ice-T)의 1991년 앨범이 Original Gangster라고.
(註 4) White & Nerdy는 본래 미국의 래퍼 차밀리어네어(Chamillionaire)와 크레이지 본(Krayzie Bone)의 Ridin'의 패러디 송이다. 얀코빅의 등 뒤에서 불타고 있는 시뻘건 팩맨(....)은 차밀리어네어가 제 로고인 도마뱀 앞에서 랩을 하는 Ridin'의 뮤비를 본뜬 것이다. 도니 오스몬드(Donny Osmond. 웨버의 한 개그하는 뮤지컬 요셉과 채색코트를 보신 분은 죽도록 쳐웃으셔도 좋습니다. 얀코빅 왈 '내가 아는 놈들 중 가장 백인 같은 놈')가 슈뢰딩거 방정식(근데 기호가 틀렸다;) 앞에서 방정맞게 춤추는 시퀀스도 역시 Ridin'의 패러디. 여담이지만 차밀리어네어는 White & Nerdy를 들은 후 얀코빅의 랩 실력에 여기까지 할 줄은 몰랐다며 후덜덜한 찬사를 보냈다나 어쨌다나;;
(註 5) D&D는 물론 악마의 TRPG 던전 앤 드래곤.
(註 6) MC는 힙합에서 랩하는 그놈들이 맞는데, M. C. 에셔는 짐작하셨다시피 네덜란드 출신의 판화가 마우리츠 코르넬리우스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다. 음악이랑 전혀 상관없잖아! 이름으로는 도통 감이 오지 않는 사람도 도대체 끝나지 않는 계단, 불합리한 정육면체, 벨로우즈의 삼각형, 서로가 서로를 그리고 있는 한 쌍의 손 등등의 판화를 그린 작자라 하면 아항 무릎을 치게 될 터. 에셔의 복잡하고 현란하며 논리적으로 모순되는 그림들은 미술 쪽은 차치하더라도 현대위상수학과 프랙탈 이론에 지대한 공헌을 미쳤지 말입니다. 어휴 공돌이 냄새;;
(註 6) 40은 싸구려 술을 가리키는 은어. 얼 그레이 티는 피카드가 좋아하는 홍차다. 야이 스타트렉 덕후싯키가...
(註 7) 내 차 바퀴는 절대 거꾸로 돌지 않아 : 원문은 My rims never spin to contrary. 이건 아마도 스피너 허브캡(Spinner Hubcab)에서 온 표현으로 보인다. 스피너 허브캡은 원래 차 바퀴 안쪽에서 같이 회전하는 빗살 모양의 허브캡을 가리키는데, 이 스타일이 한 1950년대부터 쓰인 케케묵은 놈이라 이젠 가난한 멕시코인들이나 흑인들이 주로 구입하는 싸구려 허브캡으로 낙인이 찍혔다고(...). 한편 빈곤에 찌든 계층에서는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폭력 범죄자가 많이 나오기 마련이다 보니 덕분에 이젠 스피너 허브캡=강도/범죄자의 상징처럼 되고 말았다 한다;;; 즉 절대로 스핀하지 않는 얀코빅의 타이어림은 지가 중산층 백인이라 이겁니다(....). 어 그리고 너드는 원래 차 같은 거 몰지 않.....쿨럭쿨럭!
(註 8) 반짝반짝한 신품 : 원문은 cherry. 뜯지 않고 포장에 넣은 채로 둔 상태를 말한다. 피규어 랙 앞에서 주접떠는 남자는 세스 그린이다. '그' 세스 그린 맞다...
(註 9) '마이스페이스 TOP 8에 넣어달라 애걸하는 친구들이 바글'댄다는데, 어째 그런 것치고는 디폴트인 톰(Tom)이 그대로 남아 있다.... 아니 그 이전에, 아인슈타인과 게이츠와 나폴레옹 다이나마이트와 프로도가 한데 모여 있는 저 카오스한 구성을 어쩔겨;; 그리고 무슨 밴드나 영화배우 대신 컴퓨터 뒤에 떡하니 붙어 있는 주기율표 포스터는 어쩌라는 건가;
(註 10) 그릴(Grills)은 갱스터가 주로 즐겨 착용하는 이의 금속장식품.
(註 11) 킬러 앱(Killer Application)은 특정 플랫폼의 사용 촉진에 다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소프트웨어. 파스칼(Pascal)은 프로그래밍 언어 맞습니다. 우와 공돌이 냄새 (2)
(註 12) 총은 Gun, 납땜인두는 Soldering Gun.
(註 13) 해피데이즈(Happy Days)는 칠팔십년대를 풍미한 미국의 청춘 시트콤. 1950년대~1960년대 중반까지가 배경이다. 대충 짐작이 가시리라 믿는다;
(註 14) 핑퐁은 Pimp(뚜쟁이/포주;)에 맞춘 혐의가 짙긴 한데, 다만 탁구가 왠지 너드의 스포츠이긴 함(....).
(註 15) 퀴즈(Quiz)는 마리화나의 은어도 되지만 하여간 넘어가고, 병신력이 쩌는 트리비아 퀴즈는 다음과 같다. G) 한 사람이 단독으로 만든 것으로서 가장 큰 실뭉치가 있는 도시는 어디인가(In what city is the largest ball of twine built by one man?) : 얀코빅이 1989년에 발표한 '미네소타의 세상에서 가장 큰 실뭉치(The Biggest Ball of Twine in Minnesota)'를 시사한다. 근데 정말 미네소타에 세상에서 젤 큰 실뭉치가 존재하긴 합니다. 뭐라고요!? E) 린지 로한 쟬 어쩌면 좋습니까? 아니, 난 진지해요(What's the deal with Lindsay Lohan? I mena, seriously?) : 린지가 패리스와 브리트니를 제치고 헐리우드 막장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일이야 뭐 새삼스럽지도 않죠. H) 프랭클린 델라노 루즈벨트는 속였는가(F.D.R. - was he faking it?) : 루즈벨트는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를 절고 휠체어 신세를 지면서도 약한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이기 싫어 내색하지 않았지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입천장 수술 받고 입 싹 씻은 적도 있었던가 없었던가; AL) 다음 책 몇 페이지에서 해리 포터는 사망하는가(On what page does Harry Potter die in the next book?) : 다음 책은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Harry Porter and Death Hollows)이다. SN) 고릴라 머리통의 용융점은 몇 도인가(What is the melting point of a gorilla's head?) : 내가 그걸 알면 벌써 모 고릴라 대가리를 찜통에 처박고 돌려버렸(후략) SL) 43인 스쿼미쉬 팀에서 위켓 맨은 몇 명인가(How many Wicket Men are there on a 43-Man Squamish Team?) : 정답은 5명. 43인 스쿼미쉬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병딱같은 요소만 집결시킨 병딱같은 스포츠의 절정이다. 여길 참조.
(註 16) 클링온어는 물론 스타트렉의 클링온족들이 구사하는 언어. 야이 스타트렉 덕후시키가 (2) 그리고 아무래도 좋지만 자바스크립트는 인간이 대화할 때 구사하라고 있는 언어가 아닙니다;;
(註 17) 라이트세이버가 되다 만 무언가를 휘두르는 얀코빅은 덕질 한 번 잘못했다가 전세계로 영상이 퍼져 세계구급 단위로 개쪽을 당한 일명 스타워즈 키드(Star Wars Kid)의 패러디.
(註 18) 엑스멘 코믹스를 들고 돌진하는 얀코빅의 티셔츠에 박힌 구절은 이거. Carl Sagan is my HomeBoy. 칼 세이건은 나의 신부 오레노 요메
(註 19) 가슴의 앞주머니에 줄줄이 꽂힌 펜은 두꺼운 안경과 함께 미국의 전형적인 너드 패션이다. 웨이스트 백도 마찬가지. 근데 그걸 심지어 리테일 브랜드의 대명사로 꼽히는 GAP에서 세일할 때 질렀대요;
(註 20) 얀코빅이 엿쳐먹어라 반달리즘을 한 위키페디아 페이지는 아틀랜틱 레코드(Atlantic Records)의 것이다. 제임스 블런트(James Blunt)의 당신은 아름다워요(You're Beautiful)의 패러디 송 넌 찌질해(You're Pitiful)을 발매해도 좋다는 허가를 가수에게 받은 얀코빅이 한창 신나할 무렵에 갑자기 아틀랜틱 레코드 측에서 어림 반푼어치도 없슈 뒷발을 물고 늘어져 주저앉은 역사가 있었거든요. 나름의 보복인 셈이다. 와아 찌질해. 참고로 브라우저는 매킨토시의 사파리. 괜히 여담이지만 지뢰찾기를 키보드로 플레이할 때도 매킨토시의 대쉬보드 위젯을 썼다고.
(註 21) 폭소발사 : 원문은 ROTFLOL(Rolling On The Floor + Laughing Out Loud).
(註 22) 안 그래도 백인인 놈이 너드가 되어놔서 밖에 나가지 않고 오덕질에나 여념이 없으니 사워 크림보다 허여멀건할 수밖에.
(註 23) 영상연구회, 남성합창단, 체스동아리 모두 너드 냄새 풀풀 풍기는 동아리로 취급받는다(....). 여전히 여담이지만 학창 시절 너드끼가 다분했던 얀코빅은 졸업명부에 하나라도 더 자기 클럽 이름을 올리고 싶어서 화산숭배자 클럽(...) 따윌 조직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註 24) 커크파냐 피카드파냐. 트레키들에겐 진정 피가 피를 부르는 악마의 질문. 즉 트레키 버전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註 25) 르네상스 페어(Renaissance Fair)는 한 마디로 르네상스 덕후들이 코스튬을 입고 모여 당시의 풍습을 재현하며 중세풍의 축제를 벌이는 리인액트먼트(Reenactment)의 일종이다. 요즘은 물풍선/다트 대신에 도끼/단검을 던지고, 롤러코스터 대신에 말을 타보고, 기념품으로 중세풍 물건을 사고, 미키 마우스 대신에 중세풍 드레스를 입은 레이디와 사진을 같이 찍는 상업 계열의 축제가 대세라고. 매우 미국적인 행사라고 한다.
(註 26) 속옷(더구나 허연 브리프;)에까지 일일이 꼬박꼬박 지 이름을 써넣는 작태 역시 너드의 증거.
(註 27) 얀코빅이 매우 구린 거래를 통해 입수한 비디오 테이프는 전설의 괴작이자 돈독 오른(....) 루카스 옹마저도 공개 및 재출시를 목숨걸고 거부하는 스타워즈 최악의 흑역사 스타워즈 홀리데이 스페셜(Star Wars Holiday Special). 스타워즈가 첫 스타트를 끊은 그 해 어느 방송국이 인기도 좋은데 스타워즈를 크리스마스 방송용 아이템으로 만들어보자 제안한 게 시초였다. 루카스 옹의 허락은 물론 영화가 흥행이 잘되어 기분이 좋아진 주연배우들의 선선한 응낙까지 받고 만들었건만 결과물은 조악함과 개날림스러움이 극에 달해 가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무언가의 번데기가 되고 말았다... 레이아 공주가 노래까지 부른댄다... 오 하느님...;;; 그리고 당연한 결과로서 그 희소함과 괴악함이 살 거 다 사 버린(...) 스타워즈 골수팬들에게 지대로 어필하는 통에 모두가 눈에 눈에 불 켜고 달려드는 특S급 레어 아이템으로 부상하는 쾌거를 달성한다. 정작 개고생하고 생돈 써가며 가까스로 입수한 이들은 실제로 시청한 직후 일제히 오 마이 아이즈를 외치며 바닥을 굴러다닌다지만(....) 뒤집어 말하자면 저 물건을 손에 쥐고 방방 뛰는 얀코빅은 즉 스타워즈 골수빠라는 뜻 되시겠다. 실은 뮤비 바깥의 실물도 그렇다는 소문이 있다-_-;;; 스타트렉에 이어 스타워즈라니 이런 냄새나는 양덕후를 다 보겠나. 퉷.
(註 28) 미국에서 볼링은 통상적으로 하층계급들의 스포츠다(....)
(註 29) 오리지널에서 차밀리어네어는 갱스터 사인을 날리며 뮤비를 끝낸다. 얀코빅의 핸드 사인은 벌칸인(또 스타트렉;)들의 인사인 벌칸 살루트인데 그나마도 제대로 된 버전이 아닙(후략)


.....무슨 노래 하나 듣는데 뭔 주석이 이렇게 기냐고 내게 묻지 말아요. 이게 다 얀코빅 탓이지 내 탓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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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중금속.

듣거나 혹은 죽거나 | 2010/03/12 17:22

어젯밤 문득 발심하여 트위터를 달았다. 본격 모바일 라이프 이예이.
덤으로 뜬금없이 아이언 메이든에 뼛골까지 발렸다. 디킨슨의 목소리에 뻑 갔사와. 지금까지 (삐-)년 평생 라이브 앨범은 쳐다도 아니보고 살았던 내가 요 며칠 Death on the Road만 줄창 듣고 듣고 듣고 또 듣고 있으니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Tears they flow but why am I crying / After all am I not afraid of dying / Don't I believe that there never is an end. Hollowed Be Thy Name은 사형언도 받고 감방에 처박힌 록투가 집행 기다리며 조낸 청승맞게 불러제껴도 되겠....어험어험.

아무튼 그래서 기왕 하는 김에 롭옹도 찔러보고 디오옹도 좀 건드려보고 길런도 만져보며(....) 진짜로 뜬금도 없이 메탈 바닥에서 건들거리고 있던 차 지나가는 말로 자던 놈도 귀가 번쩍 뜨일 무시무시한 말을 주워들었으니 아 글쎄 저어기 대륙에서는 헤비메탈을 중금속음악(重金屬音樂)이라 한댑니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학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학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학어머니나죽어요우

...아니 뭐 당연하지. 엑시아땅을 능천사 건담(能天使鋼彈) 뒤나메스를 역천사 건담(力天使鋼彈) 케루딤은 지천사 건담(智天使鋼彈) 기타 등등으로 옮기던 존핸 비범한 중국애들이 시시껍절하고 안이하며 재미조차 없는 음차 따윌 채택할 리가 꿈에라도 있으리오. 쿨쉭하게 훈역이지. 그리고 중국어의 한정된 발음 상 저거 다 음차하지도 못한다. 그만 웃어라 숨넘어가겠다 지지배야.

그래서, 해 봤다.
음악 장르 뭐 이런 거 쪼잔하게 안 따지고(...) 생각나는 대로 되는 대로 유명한 밴드 이름은 다 긁어모아 봤다. 자아 지혜 있는 자는 짐승의 수를 헤아리는 대신 이들의 이름을 알아맞혀 보시라... 생각하긴 귀찮으나 답은 궁금하신 분은 한 번 좍 긁어보시길.

힌트: 한자의 의미 그대로 해석하십쇼.

황후악대(皇后樂隊) = 퀸(Queen)
금속화악대(金屬化樂隊) = 메탈리카(Metallica)
곤석악대(滚石樂隊) =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
철낭자악대(鐵娘子樂隊) =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
창여매괴(槍與玫瑰) =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 (*무식하게 한자음대로 읽어서 그렇지 실은 <총과 장미>란 의미)
심자악대(深紫樂隊) = 딥 퍼플(Deep Purple)
공중철장(空中鐵匠) = 에어로스미스(Aerosmith) (*Aero=空中, smith=blacksmith=대장장이=鐵匠[...])
교류/직류악단(交流/直流樂團) = AC/DC (*실제로 AC/DC는 청소기[...]에서 따왔는고로 유래까지 한 큐에 파악하는 멋진 번역이거늘 무엄하게도 그냥 AC/DC라 표기하는 불민한 자들이 가끔 있어 통탄을 금할 수 없다. 대륙의 기상은 어이 된 거냣!)
흑색안식일(黑色安息日) =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
초급살수합창단(超級殺手合唱團) = 슬레이어(Slayer) (.....)
유대성도(猶大聖徒) 또는 유태사제(猶太祭司) = 쥬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
제백림비선(齊柏林飛船) =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지하사융(地下絲絨) = 더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
백사합창단(白蛇合唱團) = 화이트스네이크(Whitesnake)
성수창(性手槍) =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
연합공원(聯合公園) = 린킨 파크(Linkin Park)
대선생악대(大先生樂隊) = 미스터 빅(Mr. Big) (*Mr.=~씨=先生, Big=大)
구촌정(九寸釘) = 나인 인치 네일즈(Nine Inch Nails)
초열악단(超脫樂團) = 너바나(Nirvana)
진주과장악대(珍珠果醬樂隊) = 펄 잼(Pearl Jam)
분화전기악단(噴火戰機樂團) = 푸 파이터즈(Foo Fighters)
애려사수도(愛麗絲囚徒) = 앨리스 인 체인스(Alice in Chains) (*Alice=愛麗絲[Ailisi, 음차], in Chains=죄수=囚徒)
타락체제(墮落體制) 또는 체제전복(體制顚覆) = 시스템 오브 어 다운(System of a Down)
사융좌륜악대(絲絨左輪樂隊) = 벨벳 리볼버(Velvet Revolver)

이걸 다 맞히신 당신은 목에 힘 좀 주셔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오 대륙의 기상 오오....!! (2)
비틀즈와 메가데스는 유감스럽게도 시시한 음차라 빠졌다. 혹시 또 궁금하신 밴드가 있는 분은 덧글로 쫙 날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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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Don't Love Me Anymore.

듣거나 혹은 죽거나/Weird, Weirder, Weirdest | 2009/01/22 17:25

세상이 우울할 때는 위어드 알 얀코빅이 최고다(...)
1992년 앨범 'Off the Deep End'에 수록된 오리지널 곡 You Don't Love Me Anymore. 이번 원고에서 나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지도 모르는 관계로(..엉?) 미리미리 세상에 좀 뿌려두기로 했다. 곡도 멀쩡히 잘 쓰면서 정작 패러디만 죽어라 해대는 이 오라버니의 깡도 깡이거니와 웬일로 얀코빅 주제에 조낸 멀쩡한 러브송 따윌 부르고 있나 했더니 아니나다를까 가사가 심하게 골때린다. 비... 빌어먹을, 그렇다고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건 아니야!! <- 쯘데레의 모범적 예시.
어디서도 오리지널 뮤비의 소스 코드를 제공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애니메이션으로 대체했음. 진짜가 궁금하신 분은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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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ight Santa Went Crazy.

듣거나 혹은 죽거나/Weird, Weirder, Weirdest | 2008/12/13 22:49

내가 늘 그렇지만 요즘 너무 Banishing from Heaven에만 치중한 관계로 좀 반성하는 의미에서.

오 위어드 알 얀코빅("Weird Al" Yankovic), 패러디의 제왕, 깽판의 왕자, 악덕의 아들, 모든 위대한 팝송을 제멋대로 해체하고 때려부수고 짜맞추고 난도질하고 갈기갈기 찢어발긴 뒤 나 몰라라 내팽개치고 내빼는 그 웅대한 깡패 근성에 축복이 있으라. 아니 그래서 사랑한다고. 정말이라니까 오빠.
이하는 그놈의 얀코빅이 1996년에 발표한 크리스마스 송(....)이자 앨범 표지는 조낸 에드워드 고리틱한(...) <그날 밤 산타는 빡돌았다(The Night Santa Went Crazy)>. 크리스마스 당일에 올렸다간 맞아죽을 것 같아서 미리 올립니다. 사실은 입이 근지러워 그때까지 참을 수가 없었을 뿐이지만. 아웃하우스 카툰의 딜런 무어가 만든 플래시 애니메이션 뮤비를 즐감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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